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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유통- 면세점 사업구조의 원리와 변천(1)

최선을다하는행복 2021. 12. 14. 13:31

백화점과 면세점은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다. 

 

백화점 사업은 입지와 MD(Merchandising) 능력이 핵심이다. 

첫째, 입지 측면에서 고객 트래픽이 많은 곳에 백화점을 짓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백화점의 업의 본질을 부동산업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지금은 온라인화로 유통업의 기본 가정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둘째, MD 능력이란 소비자의 트렌드를 잘 파악하여 적절한 제품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가격으로, 적절한 물량을 매입하여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역량이다. 이런 역량이 중요한 이유는 백화점은 기본적으로 공간과 시간이 제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면세점은 입지가 별 의미가 없다.
호텔신라 면세점은 현재 고객 트래픽이 적은 남산 기슭 장충동에 위치해 있다.

또한 MD능력도 크게 중요치 않다, 어차피 판매되는 브랜드는 루이비통/에르메스/샤넬/구찌/프라다, 화장품으로는 랑콤/라메르/에스티로더/시세이도/SKII/후/설화수 등으로 글로벌 브랜드로 제한적이다.

 

대신 글로벌 브랜드들과의 네트워크, 즉 상품 소싱 능력이 핵심 역량이 된다.

백화점과 면세점 사업의 가장 큰 차이는, 면세점은 공급 주도 시장이라는 점이다. 백화점은 판매량이 많으면 공급량도 함께 늘어난다. 하지만 면세점은 수요가 많아도 글로벌 브랜드 업체에서 물량을 많이 공급해주지 않는다. 글로벌 브랜드의 리테일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면세 상품이 시장에 많이 풀리게 되면 가격 교란 및 브랜드 인지도 훼손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관리에서 가격 통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제품 가격이 지역별/시기별로 차이가 크다면 해당 브랜드 인지도는 무너지게 되어 있다. 백년을 내다보는 글로벌 브랜드 업체들이 1~2년 매출에 혹할 리 없다. 따라서, 정말 신뢰할 수 있는 사업자에게만 제품을 공급한다. 


면세점의 입지에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면, 중국인 패키지 여행 상품 안에 포함될 수 있는 위치인지 여부다.

사드보복조치 이전 2016년까지 중국인 인바운드 관광객 가운데 40%가 단체, 60%가 개별 여행객인데 이들 관광 동선은 주로 강북에 집중되어 있다. 단체 관광 상품 4~5일 일정 내에 면세점 코스가 약 세번 정도 포함되는데, 관광 상품 내에 들어가려면 아무래도 강북 쪽에 위치하는 게 좋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신세계 강남점 등은 소외될 수밖에 없고, 중장기적으로 그런 시각이 신세계 강남점의 철수 요인이 된 것일 수 있다.

 

중국의 한국 여행상품 평균 가격은 4박5일에 50만원 정도 된다. 중국 현지 여행사는 이 금액 가운데 10만원 정도를 한국 랜딩 인바운드 여행사한테 지불하고 숙식/이동/가이드를 맡긴다.(*) 인바운드 여행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역마진이다. 대신 면세점이나 관광지를 돌면서 알선 수수료를 챙기면서 수익을 가져간다. 면세점 매출의 적게는 15% 많게는 35%까지 받는다. 면세점 입장에서는 알선수수료를 주지 않아도 되는 개별 여행객 매출이 가장 좋다. 롯데면세점 본점은 중국 관광객의 필수 코스인 명동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단체 관광객을 따로 유치하지 않아도 개별 여행객 유입이 수월하다. 중국인 단체 관광 인바운드 여행 시장 점유율 50%가 넘는 A사가 면세점 1위 롯데가 아닌 2위 신라와 협업을 하고 있는 이유다. 신라면세점 서울점은 남산 기슭에 위치하고 있어 개별 여행객 트래픽이 적기 때문에 인바운드 여행사에게 알선수수료를 지급하고 단체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 그래서, 신라면세점 서울점에 유난히 관광버스가 즐비하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당연히 롯데가 신라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 인바운드 여행사의 사업구조는 업체마다 판이하다. 중국 현지 여행사로부터 지상비를 받는 곳은 56.7%에 불과했고 25.4%는 지상비 없이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7.9%는 "중국 여행사에 돈을 주고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겨레신문 2015.10.20)

- 평균 한국 여행 관광상품은 50만원 정도지만 저가 여행(ex: 27만원)의 경우 한국 인바운드 여행사에서 오히려 중국 여행사로 리베이트

 

 

 

면세점의 매출 구조

2021년 시내면세점의 경우 이미 2019년 수준에 닿아 있기도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시장 규모는 2019년 수준으로 보는게 바람직하다.

 

면세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은 화장품이다. 면세점의 화장품 매출 비중은 2010년 36%에서 2019년 69%까지 큰 폭 상승했다. 2020년 이후에는 90% 이상으로 상승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할 때 70%를 현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다. 아무튼, 면세점에서 화장품이 워낙 많이 팔리다 보니 국내 전체 화장품 시장에서
면세점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의 47%까지 상승했다. 2021년 기준 한국 화장품 시장 면세점 채널 매출 규모는 15조 8,250억원으로 2010년 대비 8배 이상 성장했다.

 

실제로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는 단일 업체로 글로벌 화장품을 가장 대량으로 직매입하는 회사들이다. 따라서 면세점 시장을 제외하고 한국 화장품 시장을 논하기 어려워졌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메이저 화장품 업체들의 영업이익에서 면세점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서 100%에 이르기도 한다. 면세점 채널 전망은 이들 업체들의 실적 추정에 핵심요소다.

 

면세점의 화장품 매출 비중이 높은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면세 한도가 600달러로 가격대가 화장품에 적합하다.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고가의 글로벌 럭셔리 패션/잡화 제품은 가격대가 1,000달러를 훌쩍 넘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이 자기 사용 용도로 구매하기 어렵다. 할인 혜택은 담배와 술이 가장 크지만 일인당 담배는 1보루, 술은 1병으로 한도가 정해져 있다. 상대적으로 화장품은 단가가 낮으면서, 필수 소비재이고, 구매 한도가 없다. 면세 한도를 약간 초과하더라도 입국 세관에서 양해가 되기도 한다.

 

둘째, 중국의 글로벌 럭셔리 화장품에 대한 수요 증가이다. 2010년 이후 중국 소비 시장이빠르게 성장하면서 중국의 럭셔리 패션/화장품에 대한 수요도 급격하게 늘었다. 현재 한국화장품 브랜드는 물론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수요도 상당히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 화장품 산업의 중국 의존도는 40%가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를 가장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종류를, 많이 판매하고, 최신 카테고리까지 구비하고 있는 곳이 한국 면세점이다.

셋째, 한국 면세점의 높은 가격경쟁력이다. 국내 모든 유통 채널 가운데 면세점의 바잉파워가 가장 세다. 바잉파워는 판매수수료로 비교되는데, 백화점의 평균 판매수수료율이 30%, 홈쇼핑이 33%, 오픈마켓이 15% 가량인데 비해 면세점의 화장품 판매수수료율은 50%나 된다.(**) 글로벌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 중 하나인 랑콤에게 판매수수료 50%를 받을 수 있는 유통업체는 전세계에서 호텔신라밖에 없다. 브랜드 업체 입장에서는 판매수수료를 50%나 줘도 판매량이 워낙 많고, 럭셔리 화장품의 경우 원가율이 20% 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나쁘지 않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면세 채널 영업이익률은 20%가 넘으며, 고정비 부담이 가장 낮은 온라인 채널과 맞먹는 가장 고수익 채널이다. 그러다보니, 한국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살 때 면세 이상의 가격할인을 받을 수 있다. 국내 화장품 제품에서 세금은 부가가치세 밖에 없으므로 면세라도 이론적으로는 시중보다 10% 정도만 가격이 낮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백화점 등 다른 소매 채널보다 30% 가까이 저렴하다. 면세점 업체의 판매수수료율이 다른 채널보다 20%p내외 높기 때문에 그만큼 할인여력이 더 큰 것이다.


넷째, 운반 가성비가 높다. 중국 세관을 통과할 때 시계나 가방류는 단속이 엄하기 때문에 따이공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다. 화장품은 상대적으로 이들 카테고리보다 가격이 낮고, 소모품이기 때문에 단속이 약하다. 부피 대비 가격도 높은 편이다. 화장품 가운데서도 운반 가성비가 가장 높은 제품이 글로벌 럭셔리 화장품이다. 중국 내에서 수요도 많다. 사드보복조치 이후 면세점 수요가 따이공 체계로 바뀌면서 한국의 중저가 화장품 매출이 크게 줄어든 대신 럭셔리 화장품 매출이 크게 늘어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3년 면세점 브랜드별 매출 1위는 루이비통이었으나, 2018년에는 브랜드별 매출 1위부터 10위까지가 전부 화장품/뷰티 업체인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는 직매입이므로 매입률 50%지만, 다른 유통 채널과 비교하기 위해서 판매수수료라고 표현했다.

 

유통-면세점 사업구조의 원리와 변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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