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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유통 - 면세점 사업구조의 원리와 변천(2)

최선을다하는행복 2021. 12. 23. 14:47

면세점의 수익 구조

 

높은 GPM, but 막대한 판관비 부담

 

면세점이 직매입이고 판매 효율도 월등히 높기 때문에 백화점보다 바잉파워가 세다. 그래서, 판매수수료율(=매출총이익률)을 백화점보다 높게 책정할 수 있다. 백화점의 GPM(매출총이익률)은 30% 정도이다. 건물 규모가 크고 인원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판관비율이 20% 남짓으로 높고, 매출총이익에서 판관비를 빼면 영업이익률은 10% 정도 된다. 물론, 최근에는 저마진 명품 매출 비중이 상승하면서 GPM이 25% 수준으로 떨어졌고, 영업이익률도 5%로 낮아졌지만, 2010~20년 사이 평균을 계산하면 대체로 이정도다.

면세점은 GPM이 40%다. 화장품 비중이 높을 수록 50%에 가까워진다. GPM은 백화점보다 높지만 판관비 부담이 크다. 인천공항점의 경우 임차료로 매출의 40% 가량이 지출된다. 2019년 기준 호텔신라의 인천공항점 매출이 8천억원 정도였는데, 공항 임차료 수준은 3,500억원을 넘었다. 여기에 인건비 등 기타 판관비 지출을 포함하면 인천공항점 영업이익률은 -5%로 영업적자다. 구조적으로 이익을 내기 어렵다. 시내점의 경우 공항 임차료는 없지만 인바운드 여행사들에게 알선수수료를 매출의 25% 가량 지급한다. 기타 판관비를 제외하면 시내점의 영업이익률은 10% 정도다. 두 사이트 실적을 합하면 영업이익률은 6~7% 정도 된다. 결국, GPM은 면세점이 백화점보다 높지만 영업이익률은 백화점보다 낮은 수익 구조를 가지게 된다.

투여된 자본대비 수익률은 백화점보다 면세점이 훨씬 높다. 백화점은 10층 한 개 건물 매출이 5~6,000억인데 비해 면세점은 롯데나 신라의 시내점의 경우 2~3개 층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2조원이 넘는다. 백화점 한 개 점포 Capex가 1년 그 점포의 매출과 유사하므로, ROIC는 간단히 보면 10% 정도 된다. 동일한 개념으로 시내면세점의 ROIC를 구해보면 15% 가까이 나온다. 투자자본대비 수익률은 면세점이 월등히 높은 것이다.

 

백화점 1개 점포 ROIC= 500억원/5,000억원= 10%, 가정: 매출 5천억원=Capex, 영업이익률 10%,
백화점은 특정매입으로 재고 매입에 소요되는 자금이 없음
면세점 시내점 1개 점포 ROIC= 2,500억원/(1,500억원+1.5조원)= 15%, 가정: 매출 2.5조원,
영업이익률 10%, 면세점은 직매입으로 재고상품 매입에 1.5조원(원가율 60%), 3개층 Capex 1,500억원

 

시내면세점 수익 구조: 고객에 따라 차이

 

시내 면세점의 수익 구조는 고객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 첫째, 개별 외국인 여행객의 경우 별도의 알선수수료와 같은 지출이 없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25%가 넘는다고 볼 수 있다. 면세점 입장에선 가장 환영하는 고객이다. 내국 고객의 경우 대부분 회원 할인을 10% 이상 받기 때문에 개별 외국인 여행객만큼 수익성이 높지는 않다. 둘째, 단체 관광객이나 소형 따이공 고객의 경우 고객을 데려오는 인바운드 여행사에게 알선수수료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7% 내외로 떨어진다.

면세점 입장에서는 단체 관광객이나 소형 따이공이나 알선수수료 지출에 차이가 없지만, 인바운드 여행사 입장에서는 단체 관광객과 소형 따이공 사이 수익성에서 큰 차이가 난다. 단체 관광객을 이끌고 가서 면세점에서 받는 알선수수료는 100% 자기 호주머니로 들어오지만, 소형 따이공에게는 별도의 페이백을 해줘야 한다. 2016년까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크게 증가할 때는 인바운드 여행사들과 소형 따이공은 별 상관이 없었다. 여행사들은 단체 관광객들만 유치했고, 소형 따이공들은 자기들이 알아서 면세점에서 상품을 사가서 중국 세관을 넘어갔다. 그런데, 2017년 사드보복조치로 중국인 패키지 관광 수요가 크게 줄면서, 인바운드 여행사들 할 일이 없게 되었다. 중국의 글로벌 화장품 수요는 여전히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소형 따이공들의 협상력이 엄청나게 상승했다. 여행사들은 소형 따이공을 모집해서 면세점으로 데려갔고, 면세점에서 받은 알선수수료의 거의 80~90%를 소형 따이공들에게 페이백 해줘야 했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남는 게 별로 없었다.

기업형 따이공은 개인형 따이공과는 다르게 인바운드 여행사를 끼지 않고 직접 면세점과 거래하는 고객이다. 구매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협상력이 높고, 면세점 입장에서는 영업이익률이 0~3% 정도밖에 나지 않는다. 애초에는 전체 면세점 매출의 5% 내외 비중에 불과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소형 따이공 입국도 줄어들면서 주 고객이 됐다. 2021년 주요 면세점 업체들의 시내면세점 영업이익률이 현저히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시내면세점의 매출 규모는 기업형 따이공 향 매출 증가로 2019년 수준까지 회복했으나, 영업이익이 거의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공항 면세점 수익 구조 변화: 공항에서 면세점으로 헤게모니 이동

 

롯데와 신라가 역마진을 내면서 인천공항 입점을 고집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매출 규모 증대 효과다. 유통 역량의 핵심의 높은 매출 규모를 기반으로 한 바잉파워다. 2005년~2008년 한국 면세점 업체는 매출 규모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글로벌 톱 브랜드 유치를 위해서 매출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었다. 인천공항에 입점하는 순간 5,000~8,000억원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매출 규모가 바로 두 배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둘째, 글로벌 공항 면세점 입점을 위한 평판 쌓기다. 글로벌 면세시장에서는 공항 면세점이 면세점 사업의 중심인데, 홍콩 첵락콕 공항, 싱가폴 창이공항 등 글로벌 여행 트래픽이 많은 공항 면세점에 입점하려면 공항 면세점 운영 이력이 있어야 했다. 인천공항이 글로벌 톱 공항이었기 때문에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 경험은 좋은 이력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2020년 이전에는 인천공항의 협상력이 면세점 업체보다 우위에 있었다.

최근 인천공항의 헤게모니가 면세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우선, 면세 사업자들의 매출 규모가 크게 늘었다. 롯데와 신라는 물론 신세계까지도 시내 면세점 매출 규모가 2019년 3조원을 넘어섰다.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이 없이도 글로벌 브랜드와의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제품을 소싱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또한 이미 롯데와 신라는 글로벌 공항점 진출에 성공하여 이력을 쌓고 있다. 더 이상 인천공항에 역마진으로 입점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천공항 면세점의 막대한 임차료 부담이 더 부각되었고, 임시지만 매출 요율제로 전환이 이뤄졌다. 매출 약 27%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 9월부터 시작하는 4기 사업자 선정에는 아무도 참가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면세점 업체들은 더이상 역마진으로 입점할 계획은 없다고 반복해서 말하고 있다. 신세계와 현대는 글로벌 공항 입점 계획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 굳이 공항면세점 운영 이력이 필요하지도 않다.

향후 코로나19가 완화되어 글로벌 여행이 재개되더라도 인천공항 면세점 임차료 방식은 매출 요율제 방식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신라나 롯데의 경우 과거 인천공항점에서 연간 매출 8,000억원 규모에 3,500억원의 임차료를 지불하였다면, 매출 요율 27%를 가정할 경우 앞으로는 약 2,200억원의 임차료를 지불하게 될 수 있다. 과거 대비 1,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이 증가되는 효과가 있게 되는 것이다.

 

유통-면세점 사업구조의 원리와 변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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